광절열두조충
출처
출처
수산물안전정보서비스
작성일
작성일
2019-02-19 10:02:44
핫이슈
 

광절열두조충

  어류를 통해 인체 감염증을 일으키는 기생충 중에 열두조충(Diphyllobothrium spp.)이 있다. 열두조충은 전세계적으로 분포하며 약 13종이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서 광절열두조충(Diphyllobothrium latum) 감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광절열두조충’에서 ‘광절’은 각 조각의 가로 길이가 세로보다 더 크다는 뜻이고, ‘열두(裂頭)’는 유충의 머리 부분에 홈이 나 있는 게 찢어진 것처럼 보여서 붙인 말이며, ‘조충’은 촌충을 학술적으로 부르는 말이다. 다 자란 광절열두조충은 길이가 2-15 m에 달하며, 직사각형으로 폭이 넓은 편절이 약 3,000개까지 연결될 수 있다.

  암수한몸인 이 기생충은 성충이 된 뒤 알을 낳기 시작하며, 충미충(낭충의 한 가지 형태로서, 광절열두촌충처럼 두 가지 중간숙주를 요구하는 다절 촌충류의 제2중간숙주 체내에 있는 유생형)이 숙주에 들어가 알을 낳는 성충이 되기까지는 4~6주 가량이 소요된다. 광절열두조충 성충은 사람을 포함한 종숙주의 소장, 그 중에서도 맨 말단인 회장에 기생하면서 하루에 충란을 100만 개 이상 산란한다.

  대변을 통해 외계로 배출된 충란은 물 속에서 섬모유충(coracidium)으로 발육하고 탈각하여 물속을 유영하다가 제1중간숙주인 물벼룩 등에게 먹히면 원미충(procercoid)로 자란다. 감염된 제1중간숙주를 제2중간숙주인 담수어나 반염수어가 포식하면 원미충은 충미충(plerocercoid)으로 발육하며, 어류의 피하조직이나 근육에 들어있는 충미충을 종숙주가 섭취하면 종숙주의 소장에서 성충으로 성장한다.

  사람은 광절열두조충의 중요한 종숙주로, 충미충에 감염된 어류를 회, 훈제, 반염장하여 먹을 때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 광절열두조충의 성충이 인체로부터 처음 확인된 것은 1968년이었다(조승열 교수 등, 1971년). 50세 된 건강한 남자에서 검출하였고, 기생충의 길이는 약 2m였으며, 환자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여러 가지 생선회를 즐겨 먹었던 것으로 기록되었다. 그 후 여러 학자들이 성충 확인을 통해 감염자를 진단하였는데 환자들이 가장 흔히 먹었다고 하는 어류는 연어, 숭어, 농어, 송어 등으로 나타났다.

  광절열두조충은 사람의 소장에서 10~20년 동안 기생할 수도 있다. 이 기생충이 그렇게까지 오래 기생할 수 있는 이유는 크기에 비해 증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광절열두조충에 감염된 사람의 경우, 자각증상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일시적으로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설사, 복통 등 비특이적인 소화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드물지만 충체의 길이가 길어 덩어리를 지으면 소장이 폐쇄될 수도 있다. 소장상부에 광절열두조충이 기생할 경우, 비타민 B12 결핍을 일으켜서 열두조충성 빈혈(tapeworm pernicious anemia)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진단은 쉬운 편이다. 자연 배출된 편절을 통해 확인하거나 대변검사로 충란을 검출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충약으로는 치료가 어려우며 디스토마 약을 먹어야 한다. 회충약은 광절열두조충의 일부를 끊어지게 하여 부분적으로 배출되게 하지만 촌충은 머리부분만 장점막에 붙어 있어도 다시 길어질 수 있으므로 완전히 제거하려면 디스토마 약을 먹어야 한다.

  최근 분자유전학적 기법이 발전하면서 유럽에 분포하는 종(Diphyllobothrium latum)과 우리나라, 일본 등 극동 지역에 분포하는 종이 유전학적으로 다른 종이라는 점이 확인되었다. 우리나라, 일본 등에 존재하는 종은 동해열두조충(Diphyllobothrium nihonkaiense)이다. 유럽의 광절열두조충이 1758년에 발견되어 이름이 붙은 후 170년이 지난 1981년 일본에서 Diphyllobothrium nihonkaiense라고 명명한 것이다. 광절열두조충이 민물 수계에서 발육, 전파되는 종인데 반해 D. nihonkaiense는 바닷물에서 발육하여 전파되는 해양 종의 하나로 판단되며 충체의 형태도 조금 다르다고 한다. 동해열두조충 역시 사람에게 거의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유럽의 광절열두조충이 비타민 B12 결핍성빈혈을 일으킬 수 있음에 비해 동해열두조충 감염자에게는 이런 빈혈이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