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예방 식품 '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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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예방 식품 '실치'

- 양향자 교수의 건강코디-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도 주문해 맛 볼 수 없는 지역 특산물이 하나 있다. 바로 당진 장고항의 실치다. 몸집이 워체 작은데다 성질마저 급하니 그물에서 올라오는 순간 반시간도 채 되지 않아 죽어버린다. 식도락가들의 입을 쫙 벌어지게 하는 봄 바다의 맛의 진수로써 봄철 아주 잠깐 동안 담백하고 쫄깃한 자신의 맛을 알려주고는 금세 사라지는 실치가 지금 서해안에서 맛의 성찬을 벌이고 있다.

실치는 서해바다에서 주로 3월 중순경부터 잡히기 시작하여 5우러 중순까지로 약 두 달간 먹을 수 있는 계절식품이지만 3월 중순에 처음 잡히는 실치는 육질이 연해 회로 먹기는 어렵고 4월 초순부터 잡히는 실치가 회로 먹기에 적당하며 5월 중순이후에는 뼈가 굵어지고 억세져 포로 만들어 양념을 발라 구어 먹거나 쪄 먹는 것이 보통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귀한 음식이다.

'실치'라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소문난 식도락가가 아니라면 맛본 사람도 극히 드물 것이다. 하지만 '도시락 세대'라면, 어머니께서 앞뒷면에 고추장 발라 살짝 구워 한 입 크기로 잘라 도시락 반찬으로 넣어주신 뱅어포를 기억할 것이다. 실치를 틀에 받혀 말린 것이 바로 뱅어포이다.

5월 하순부터 잡히는 실치로는 주로 뱅어포를 만든다. 뱅어포는 통깨와 잘게 다진 파를 함께 섞어 넣은 고추장을 뱅어포에 고루 발라 프라이팬에 구워서 먹기도 하고, 그대로 기름에 살짝 튀겨서 먹기도 한다.

충남 당진의 장고항은 예전부터 실치 생산지로 유명했던 곳으로, 농사지어서는 못했던 자식교육을 실치 잡아 시킨다고 할 만큼 이 지역 어민들의 주 수입원이었다. 해마다 3월 하순쯤 되면 2~3cm크기의 실치가 비치기 시작한다. '당진 8미(味)' 중 하나인 실치를 찾는 식도락가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하는 것도 이맘때쯤이다.

실치로 만드는 포는 사실 '뱅어포'가 아니라 '실치포'라고 해야 옳다. 뱅어라는 고기가 따로 있기 때문인데, 실치포가 뱅어포로 불리게 된 것은 30여 년 전 금강하구에 실치보다 몸체가 조금 통통하고 큰 뱅어가 많이 잡혀 그것으로 뱅어포를 만들었고, 맛이 좋아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점차 뱅어의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하여 끝내는 생산이 되지 않게 되었고, 대신 겉모습이 비슷한 실치로 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오늘의 뱅어포가 된 것이다. 

실치의 학명은 '흰배도라지'이다. 실치는 길이가 고작 2~3cm에 불과하고, 몸이 실처럼 가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살아 있는 상태의 실치는 투명한데, 까만 두 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죽은 후에는 몸이 희게 변하면서 진짜 실처럼 보여, 백어(白魚)라고도 불리는데 그 발음이 변하여 뱅어포가 됐다는 설명이다. 

유가공 식품과 견주어도 뱅어포의 칼슘 함량은 월등한데, 100g당 100mg의 칼슘을 갖고 있는 우유와 비교할 경우 10배에 달한다. 여기에다 뱅어포의 칼슘은 고밀도로 농축돼 있기 때문에 뼈의 성장뿐 아니라, 두께까지 늘려주는 영양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뱅어포는 성장기 어린이는 물론, 골절위험이 높은 성인에게도 좋은 철분 보양식으로 분류된다. 특히 뱅어포는 중년여성을 괴롭히는 골다공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뱅어포 4장 정도면 성인 1일 칼슘 섭취량을 충족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햇볕에 말린 뱅어포는 자외선의 영양을 받아 프로비타민D가 활성화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뱅어포가 함유하고 있는 프로비타민D는 인체에서 칼슘의 흡수를 촉진하는 영양성분이다. 프로비타민D의 진가는 최근 해외 의료팀의 연구결과로 각광받고 있다. 미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이 골다공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골다공증 환자에게서 비타민D가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발견된 것이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비타민D가 칼슘과 인의 흡수를 촉진하는 새로운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으로 골다공?? 식이요법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즉,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과 비타민D가 들어있는 음식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고버섯, 우유, 두유에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 비타민D가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골다공증 환자일경우 이들 식품과 함께 뱅어포를 먹는 것이 좋다. 

실치는 무조건 현지에서 맛봐야 한다. 실치는 잡고나면 10분도 채 되지 않아 죽기 때문에 포장을 해 지으로 사간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그저 장고항에서 배부르게 실컷 먹는다는 생각으로 즐기고, 갖은 야채와 봄나물을 넣어 초고추장에 살작 비벼 먹는 실치회는 봄과 잘 어울리는 요리이다. 

실치된장국은 물에 된장을 풀고 끓이다가 시금치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인다. 먹기 직전에 실치를 넣는 것이 바로 맛의 비결로, 청양고추를 조금 썰어 시원하고 칼칼하게 먹는다. 실치전은 보통의 해물 전 부치는 방법과 비슷한데 오징어 따위 대신 실치를 넣고 부쳐 먹는 것이고, 실치 계란찜은 고소하고 씹는 맛이 더한 것이 특징이다. 

화사한 봄 재킷 한 장 걸치고 포구로 나들이 가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지금 당진의 바닷가에 가면 싱싱하고 영양만점인 봄 실치를 맛볼 수 있다. 이번 주말엔 실치회로 봄 입맛을 살려보는건 어떨까? 

자료출저: 식품환경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