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막고 피 맑게 해주는 '바다의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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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병 막고 피 맑게 해주는 ‘바다의 보리’
[FTA시대 수산물 경쟁력 ⑥] 고등어 경쟁력 향상 방안

한미 자유무역협상(FTA) 타결로 시장 개방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수산업계 역시 외국산 수산물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양수산부와 <국정브리핑>은 선진국의 수산업 체계에 대한 연구와 국내 수산업과의 비교·평가를 통해 우리 수산물의 발전 방향을 품목별로 알아본다. <편집자>

<글싣는 순서>
① 패류의 황제 ‘전복’을 세계일류 식품으로
② 참조기 브랜드화·유통구조 개선 힘써야
③ 저수온 극복 기술 개발해 ‘복어 선진국’으로
④ 갯벌의 작은 보석 ‘명품 바지락’
⑤ 천연 피로회복제 오징어, 노화방지에도 탁월

박종화 국립수산과학원 어업자원본부 박사
맛이 좋고 영양가도 높지만 값이 저렴해 ‘바다의 보리’라 불리는 수산물. 바로 고등어다. 최근엔 등푸른 생선이 머리에 좋다고 해 웰빙 건강식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고등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과 무기질이 특히 풍부하다. <동국여지승람>에는 450여 년 전에 이미 고등어 잡이가 성행해 우리민족이 오래전부터 고등어를 즐겨 먹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고등어가 ‘간과 신장 기능을 도와준다’고 기록돼 있다.

고등어는 깨끗한 피와 탄력 있고 건강한 혈관을 유지하는데 효능이 좋은 수산물로 알려져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EPA(에이코사펜타엔산)와 DHA(도코사헥사엔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지방산화를 막는 항(抗)산화제인 비타민 E까지 넉넉하다. 고등어 100g당 DHA가 1.8g, EPA가 1.2g이나 들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등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는 핵산에는 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기능이 함유돼 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각종 성인병과 암까지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무기질 풍부한 ‘웰빙’ 식품 고등어

고등어는 온대성 어류로 주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및 유럽의 노르웨이 부근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국내에서 취급되는 고등어는 일반고등어와 망치고등어 등 2종으로 분류되는데 이들은 매우 닮아 혼동하기 쉽다. 어시장에서도 구분 없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복부(흰부분)에 반점이 없는 것이 일반 고등어이고 반점이 있는 것이 망치고등어다.

우리 연근해산 고등어는 제주도를 중심으로 남해안 일대에 주로 서식하는데 국내 고등어 생산량의 90% 이상이 이곳에서 어획된다. 이들이 산란하는 시기는 5~7월경으로 한번에 70~80만 마리의 알을 낳는다. 치어에서 성어가 되기까지 약 2~3년이 걸리는 고등어의 주된 산란장소는 제주도 주변 남해안 일대로 동중국해 중북부 연안, 대마도 부근 해역을 오가며 회유한다.


고등어는 물에 뜬 채 헤엄치기를 좋아하는 어류로 표층으로부터 수심 200m 이내 수역에 주로 서식하며 야행성이 강하고 불빛에 잘 모이는 습성이 있다. 또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데 따뜻한 물과 찬물이 합쳐지는 곳의 서식밀도가 높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야간에 집어등으로 고등어군을 모아 어획하며 주된 먹이는 멸치와 같은 작은 물고기나 플랑크톤이다.

공급량은 줄고 소비량은 증가 추세

꽁치, 정어리와 함께 등푸른 생선의 대표격인 고등어는 가을이 제철이다. 봄과 여름철에 원거리를 오가며 충분한 먹이를 섭취했기 때문에 가을철에 비만도가 가장 높다. “가을 고등어와 배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듯 고소한 맛을 내는 지방이 20%가 넘는 것도 있으며 다른 계절에 잡힌 것보다 특히 감칠맛이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선 멸치, 오징어 다음으로 많이 어획되는 수산물로 주로 대형 선망어업에 의해 전체의 80~90% 가량이 어획된다.

1980년대까지 연근해 고등어의 공급량은 연간 약 7~16만t 수준을 유지해 왔으나 점차 증가해 1990년대엔 20만t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2년, 2005년에 14만t, 지난 2006년엔 10만t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비해 2006년 소비량은 16만t 수준으로 약 4만 여t을 수입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1996년 무렵 예년보다 2배나 많은 43만t에 이르는 고등어를 어획해 일시적으로 어획량이 증가하는 ‘탁월 연급군’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고등어를 식용으로 먹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등이며 노르웨이에서도 일부 식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고등어는 주로 이들 나라들로부터 반입되고 있다.

어획량 감소 주요인은 마구잡이식 조업에 의한 자원량 감소

우리나라의 고등어 어획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이유는 자원량 감소가 주된 원인이다.
마구잡이식 경쟁적인 조업, 산란하기 전의 어린 고등어의 무차별 남획, 먹이생물인 멸치 등 소형어류의 자원감소, 산란기 어미 자원의 남획 등으로 고등어 자원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국민이 즐겨먹는 고등어 부족물량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국산 고등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한반도 주변의 고등어 자원회복 노력이 강도 높게 진행돼야 한다. 이미 시행하고 있는 TAC(총허용어획량) 제도를 보완해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산란기 어획량 규제, 조업구역 준수, 소형어족의 어획금지 등을 위해 실시해야 한다.

또 소형어가 많이 잡히는 계절을 휴어기로 설정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는 ‘휴어 직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고등어의 먹이가 되는 멸치와 같은 연안 물고기들의 보호를 위해 연안어업의 어획 압력을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우리 연해에서 잡히는 품질 좋은 고등어들을 활용해 다양한 고급브랜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고등어를 즐겨 먹는 일본에서는 이미 고등어를 브랜드화해 판매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안동 간고등어와 같은 상품이 이미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제품이 다양하지는 않다.

품질 좋은 ‘고급브랜드화’…가공식품 개발투자 확대해야

특히 제주도 인근 해역은 먹이가 풍부하고 수온이 알맞으며 육질이 단단해 이곳서 어획된 고등어는 일본에서도 그 진가를 알아줄 정도로 상품가치가 높다. 따라서 품질이 좋은 제주, 흑산도, 방어진, 남해 등지에서 어획되는 고등어를 지역이름을 붙이거나 계절별로 브랜드화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판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고등어는 먹을 수 있는 부위가 다른 생선에 비해 대단히 많다. 따라서 상품을 다양화해 통조림, 염장품, 진공포장, 구이재료 등등 가공식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고등어 양식기술 개발을 통한 양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등어는 인위적인 사육조건하에서 성숙 및 배란유도가 어려워 양식화가 어려운 품종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종묘생산 후 초기 생존율 향상, 성장촉진, 축양, 활어상태로 장거리 이송시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 등이 개발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남해 통영 및 욕지도 등에서 가두리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자연산을 채포하여 축양하는 불완전 양식 형태이다. 양식기술의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일본에서도 2002년부터 고등어 종묘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고등어 인공성숙과 산란유도 기술을 최근 개발함으로써 인공종묘 생산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 성과는 외해 수중가두리 양식을 위한 품종개발 뿐만 아니라 금후 다랑어와 같은 고등어과에 속하는 회유성 고급어종의 종묘생산 및 양식기술의 기초 자료로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종묘 대량생산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다. 고밀도 상태에서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품종개발 기술 등이 필요하다.

고등어 치어 방류사업도 검토해볼만

아울러 고등어 치어 방류사업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고등어가 먼거리를 회유하는 어종이므로 치어를 방류하더라도 넙치나 조피볼락처럼 우리나라 연근해에 머물지 않아 우리 어선들이 어획할 수 있을 가능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고등어의 주요 생산단체인 대형선망수협에서도 종묘생산을 통한 고등어 치어 방류사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고등어를 종묘방류사업의 대상종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외국의 값싼 수입수산물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우리민족이 애용해온 수산물들이지만 이들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수성이 뛰어나 외국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하는 우리 연근해산 고등어를 고부가가치화하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와 함께 국내산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수산물을 차별화하는 노력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황금알을 낳는 고등어 상품이 만들어지리라 확신한다.
박종화 국립수산과학원 어업자원본부 박사 (jwpark1@momaf.go.kr)